[난임 일기] 남편 정액 검사 과정과 솔직한 심정 – 코지재그

안녕하세요, 코지재그의 코지입니다.

지난 글에서 난임 병원 첫 진료와 남편들의 첫 관문인 정액 검사 과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. 오늘은 그 당혹스러웠던 검사 뒤에 마주한 **’검사 결과’**와, 그 결과가 우리 부부의 마음에 어떤 파장을 일으켰는지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.

 

1. “다행이다” 그리고 찾아온 묘한 안도감
이미 보건소 산전검사를 통해 정자 상태에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. 하지만 난임 병원이라는 공간이 주는 압박감 때문일까요? 혹시 그사이 상태가 나빠지지는 않았을까, 내가 모르는 결함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이 가시질 않았습니다.

며칠 뒤 마주한 결과는 다행히 **’지극히 정상’**이었습니다. 양과 활동성, 모양 등 모든 지표가 평균이거나 평균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이었죠. 의사 선생님의 “남편분은 아주 건강하시네요”라는 말에 내색은 안 했지만 마음속으로 깊은 안도감이 밀려왔습니다. ‘적어도 나 때문에 아이가 안 생기는 건 아니구나, 이제 아내 케어에만 온전히 집중하면 되겠다’는 생각이 들었습니다.

 

2. 아내의 눈물, “그럼 100% 나 때문인 거야?”
하지만 저의 안도감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습니다. 결과를 함께 들은 아내의 표정이 미묘하게 떨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. 제가 건강하다는 사실이 아내에게는 기쁨인 동시에 **’나만 문제인가?’**라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다가가고 있었습니다.

“오빠는 멀쩡한데… 그럼 역시 내가 문제라서 안 생기는 걸까?”

아내의 입에서 나온 이 한마디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. 난임은 누구 한 사람의 ‘질병’이나 ‘잘못’이 아니라, 부부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과정일 뿐인데 아내는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었습니다. 저는 아내를 꼭 안아주며 말했습니다. “자기가 문제가 있어서 안 생기는 게 아니야. 우리 둘 다 건강하고, 그저 아주 조금의 도움이 필요한 것뿐이야. 병원에서 시키는 대로 같이 노력하면 안 될 게 없어.”

 

3. 맥주 한 잔의 자유를 반납한 남편의 ‘숙제’
검사 결과는 정상이었지만, 그렇다고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. 병원에서는 이른바 ‘숙제 날’을 정해주었고, 그날을 위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야 했으니까요.

저는 퇴근 후 시원한 맥주 한 잔을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인 사람입니다. 하지만 숙제 날이나 검사 4~5일 전부터는 강제 금주에 들어갔습니다. 사실 며칠 술을 안 마시는 게 대수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, ‘의무적으로 참아야 한다’는 심리적 압박감은 생각보다 컸습니다. 좋아하는 것을 포기하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과정이 때로는 허탈하기도 했지만, 양질의 정자와 우리에게 찾아올 아이를 생각하며 기꺼이 감내해야 할 몫이라 여겼습니다.

 

4. 아르기닌과 영양제, 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
아내는 본인의 자책감을 털어내려는 듯 더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. 그리고 저를 위해 아르기닌을 포함한 여러 영양제를 챙겨주었죠. 평소 영양제를 잘 챙겨 먹지 않던 저였지만, 아내의 간절한 마음을 알기에 매일 아침 거르지 않고 복용하기 시작했습니다.

정액 검사 결과가 정상이라고 해서 남편의 역할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. 아내의 마음을 보살피고, 함께 몸을 만들어가는 그 과정 자체가 이미 아빠가 되어가는 연습이었던 것 같습니다.

 

🍀 마치며: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남편들에게
혹시 검사 결과가 너무 좋게 나와서 아내에게 미안함을 느끼고 계신가요? 혹은 결과가 좋지 않아 자책하고 계신가요? 어떤 결과든 그것이 당신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은 아닙니다. 중요한 것은 그 결과를 받아들이고 **’우리는 팀이다’**라는 마음으로 아내와 나란히 걷는 것이라 믿습니다.

저희 부부는 이렇게 정액 검사라는 첫 고개를 넘었습니다. 하지만 곧이어 더 큰 산들이 기다리고 있었죠. 다음 글에서는 저희 부부가 난임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먼저 시작했던 **’영양제 전략’**에 대해 자세히 공유해 보려 합니다. 남편과 아내가 각각 무엇을 먹었는지, 어떤 성분이 도움이 되었는지 정리해 드릴게요.